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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S 유학 준비

미국 CS 유학 준비 4편: 석사 vs 박사가 고민될 때 알아야 할 세 가지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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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돌아왔어요 :)

지난 글 까지는 유학 D-365 즈음엔 거의 결정되어있는 (혹은 이때부터 준비를 시작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 영어점수와 학점, 연구실적 등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유학준비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준비해야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해요. 그 시작은 바로 어떤 학교, 어떤 프로그램에 지원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석사유학을 갈 지 박사유학을 갈 지 정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학교와 프로그램을 정하는 내용은 다음 편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아마 모종의 이유로 미국 CS 석/박사 유학에 관심이 생겼을 겁니다. 누군가는 정확히 석사만을, 혹은 박사만을 원할 수도 있고, 사실 아직 뭘 해야 할 지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미국은 박사를 하기 위해 꼭 석사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부 후 바로 박사 갈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은 배우는 내용도, 나중에 얻게 될 학위가 내포하는 의미도 아주 다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실질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것은 시간과 돈이겠죠. 준비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면 꽤 많은 시간과 돈이 투자되는 과정이기에 미리 알고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먼저 우리가 투자해야할 돈과 시간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해보고, 그렇게 투자한 뒤 각 학위를 통해 얻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드리겠습니다.

 

갈색 대학교의 갈색 건물 / photo credit: Kenneth C. Zirkel

 

💰 Money Matters

유학 비용은 크게 1) 학비, 2) 생활비로 나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CS 석사과정은 특별한 설명이 따로 없는 한 자신이 학비를 내면서 다니는 프로그램입니다. 학비는 학교별로 차이가 나는데, 자세한 사항은 학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컬럼비아 대학교 Data Science Master's program의 학비(tuition+잡다한 fee)는 3학기 기준 약 $135k (= 약 1억 5천만원)이며,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Master's program은 2년(4학기)간 총 학비가 약 $94k (94,500 달러 = 약 1억원) 입니다. 오지게 비싸군요. 여기에 프로그램 기간동안(보통 2~4학기) 학교가 위치한 곳의 생활비를 더하면 대략적인 석사학위 비용을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생활비는 렌트(월세)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도시로 갈수록 비싸고 시골일수록 쌉니다. 미국판 직방 Zillow 에서 학교 주변 집 렌트를 찾아보거나 (석사생에게도 제공하는 경우) 학교 기숙사 비용을 찾아보시면 렌트 고정비용이 얼마정도일지 가늠하실 수 있습니다. 집은 혼자 쓰려면 비싸고, 2 bedroom/3 bedroom 하우징을 2명/3명의 룸메이트와 나눠 쓰면 더 싸집니다. 아무리 싸도 도시에서는 $1,000 아래로 렌트를 구하기는 힘들고, 반면에 대도시가 아닌 경우는 비슷한 값으로 널찍한 아파트를 혼자 쓸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것은 Zillow를 탐방해보세요!) 학교별로 ISO, ISSO 등의 약자로 International Students 를 위한 기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거기서 생활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니 꼭 찾아보세요.

반면에, CS 박사과정은 대부분 무료(fully funded)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비(tuition+fee)와 월급(stipend)을 제공하여 "간신히 먹고살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말하자면, 학교를 다니면서 특별히 큰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빚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축을 할 수 있을만큼의 돈을 받지는 않습니다. Stipend는 학생들이 받는 미니 월급인데, 이 돈으로 (사치 없이) 월세도 내고 밥도 사먹고 하는 생활비로 쓰기에 적절하게 학교가 위치한 곳의 물가를 고려하여 책정됩니다. 학교 웹사이트를 뒤져보면, 대부분 지난 해 stipend를 얼마정도 줬는지 통계를 공개합니다. 물가가 비싼 도시의 경우 한 달에 (세전) 3천불 후반대, 물가가 저렴한 곳은 2천불 후반 정도를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대체적으로 이렇다"는 것 뿐이니, 관심 있는 프로그램 웹사이트를 통해 각 학교에 따른 상황을 알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고용 불안정이 심리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진짜 fully funded 프로그램인지 (i.e., 중간에 펀딩 없다고 떨어져나가는 학생들은 없는지) 더욱 더 자세히 알아보기를 권장합니다.

박사과정 학생이 받는 stipend가 죽지 않을 만큼의 생활비라고 하니, 석사과정에 관심있는 분들이라 하더라도 그 학교 stipend가 얼마정도 되는지 찾아보면 생활비를 대충 가늠해볼 수 있겠네요. 보통 CS 학과 stipend가 높은 편이니 CS 박사과정생들의 stipend 정도면 frugal life를 이어가기에는 넉넉하겠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 석사과정 중에서도 fully funded program이 없지는 않습니다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연구석사 프로그램과 내 돈을 내고 다니는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이는 졸업논문(thesis)을 써야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박사를 고려하고 있다면 논문을 써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따라서 자연스럽게 연구실에서 RA(Research Assistant)로 일하게 되고, 이를 통해 tuition+stipend support가 주어지는 것입니다. (석사과정 학생의 stipend는 박사과정 학생보다 조금 적습니다.) Full funding은 아니라 하더라도, (연구석사가 아닌) 석사과정에 입학하여 열심히 자리를 찾다 보면 교내 연구실에서 RA로 고용되어 생활비 정도를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자신이 CS 학부를 졸업해서 이미 가진 기술이 있다거나, 연구실에서 필요로하는 다른 분야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예를 들어 human-computer interaction 연구실인데 자신이 cognitive science를 전공했다면)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입학을 결정하기 전에 연구실 RA가 결정되기는 어려우니 언제까지나 back-up pla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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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me Matters

미국에서 박사과정에 입학할 때에는 석사학위가 요구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박사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이 (학교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5~7년정도 걸립니다. 같은 학교에서 CS 석사학위를 받았거나, 다른 학교라도 박사과정을 진행하는 학교에서 인정해주는 석사 프로그램을 졸업했다면 들어야 할 수업이 조금 줄어들어 1년정도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CS 박사과정은 대부분 fully funded program이기에 미리 벌어둔 돈(혹은 빌린 돈)을 쏟아부어가면서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n년간 일했다면 모아두었을 수 있는 돈을 따져보면 기회비용이 큰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사과정은 대부분 9월에 시작하는 가을학기에만 신입생을 받기 때문에, 한국에서 겨울(1~2월)에 졸업했다면 8개월정도 붕 뜨는 시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 시간까지 포함하면 박사학위를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조금씩 더 늘어나게 됩니다.

1. 봄학기에 박사생을 받는 예외는 물론 있습니다. 미국은 말하면 들어주는 예외의 나라..
2. 신기하게도 미국 학기는 가을이 시작이라서 항상 academic year는 2020-2021 과 같이 두 해를 함께 표기합니다. 앞쪽이 가을학기의 해, 뒷쪽이 봄학기의 해입니다.

석사과정은 프로그램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1년(2학기)에서 2년(4학기) 정도가 걸립니다. 어떤 학교는 봄학기, 가을학기 관계 없이 학생을 받고, 또 어떤 곳은 가을학기에만 받기도 합니다. 프로그램마다 권장하는 기간이 있는데, 경우에 따라 3학기 프로그램을 2학기만에 졸업하기도, 혹은 더 천천히 졸업하기도 합니다. (천천히 졸업하면 그만큼 더 비싸겠지요.) 위에서 잠깐 언급한 연구석사의 경우 대부분 2년이 걸리고, 경우에 따라 한두 학기를 더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석사과정을 다니는 1~2년간은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이 흐른 뒤에는 바로 졸업해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할 수 있습니다. OPT+STEM extension 으로 보장되는 3년만 일한다고 해도 학비정도는 건질 수 있는 딜이라 하겠습니다. (+경험과 스펙은 덩달아 생기겠죠!) 그러니 초기 투자비용으로 인한 장벽이 꽤 높긴 하지만, 여건이 된다면 해 볼만 한 수익성 좋은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는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관점에서 석사/박사과정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은 교육의 목적 자체가 다릅니다. 석사과정은 더 깊은 "공부"에 초점이 맞추어져있다면, 박사과정은 새로운 "연구"에 더 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각 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내용"은 뭐가 어떻게 다를까요?

박사학위와 여권의 상관관계를 서술하시오. (3점)

🎓 박사 vs 석사 학위의 의미

박사학위가 가지는 의미

박사학위란 당신이 드디어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independent researcher 라는 자격증과 같습니다. 어딘가에서는 연구의 세계를 홀로 여행할 수 있도록 허락받는 "여권"과도 같다는 표현을 본 적도 있는데, 박사과정의 의미를 잘 담은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연구 research 라는건 뭘까요?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할 "공부"라는 개념과 비교하여 설명하기를 좋아합니다. 공부는 교과서 속에 나오는 매끄럽게 다듬어진 내용을 잘 소화하는 과정입니다. (물론, "교과서"는 상징적인 표현입니다.) 그 지식은 100년 전, 1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고, 고작 몇 년 전에 만들어진 것도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여러 사람의 손과 뇌를 거쳐 다듬어진 지식이라는 겁니다. 연구라는 것은 그렇게 교과서 속에 쓰여질 지식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교과서를 읽는게 공부였다면, 교과서를 써야 하는 게 연구입니다. 세상에 아직 없는 것을 만들어야 하니 창작의 고통이 따르고, 공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정보가 흐르는 과정이니 공부를 잘 한다고 해서 연구를 잘 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조금 다르게 설명해 볼까요? 저는 노래를 즐겨 듣지만, 노래를 만들어 본 적은 없습니다. 어렸을 땐 노래방도 즐겨 갔고, 악기도 이것 저건 손대보면서 항상 음악과 가까운 삶을 살았지만, 제가 음악을 만든다는 상상은 해볼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천재같은 친구들이 랩을 쓰고, 서곡을 써와서 연주하기까지 했는데도 저는 제가 그들처럼 되리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전문적으로 작곡을 배워본 적도 없고, 사실 배운다고 해서 제가 노래를 만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제가 설명하는 "작곡"이 바로 연구고, "음악"을 열심히 듣는게 공부와도 같습니다. 학부때 공부가 음악에는 이런 저런 장르가 있구나 하고 골고루 열심히 듣는 것이었다면, 석사때 공부는 팝 음악의 구성은 어떻게 되어있고, 보통 어떤 형식으로 작곡이 되며, 이제까지 히트곡들은 어떤게 있었는지를 더 분석적으로 해석하며 듣는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박사때 하는 연구는 그러한 해석을 바탕으로 작곡가들이 어떻게 작곡을 하는지, 왜 그렇게 하는지 질문하고 직접 작곡하는 활동이라 하겠습니다. 많이, 열심히 듣는 것이 작곡에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듣기와 만들기는 엄연히 다른 활동이죠. 그정도의 차이가 공부와 연구의 차이입니다.

그러니 박사과정은 절대로 "그냥 한 번" 해 볼만한 과정은 아닙니다. 제가 아무리 음악을 사랑한다 해도 5년짜리 작곡 학교에 그냥 한 번 도전해보지는 않을테니까요. (물론 이렇게 해서는 뽑히지도 않겠죠!) 어쩌다가 그렇게 작곡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해도 힘든 학업을 지속할만한 뚜렷한 동기가 없거나 뒤는게 작곡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면 곤란할 것입니다. 그러니 내가 인생의 5년을 불살라보고 싶은 연구주제(목표)가 있는지, 혹은 내가 연구를 그만큼이나 좋아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석사과정을 다녀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연구석사과정을 통해 RA(연구원) 생활을 경험해본다면 가장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파트타임으로 학교 연구실에서 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면 비슷한 리트머스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석사과정이 그냥 커피였다면, 박사과정은 TOP야

 

석사학위가 필요한 때

미국에서 대부분의 석사학위는 1~2년이면 졸업하는 취업용 프로그램입니다. 특별히 연구석사라고 써져있지 않다면, 들어야 할 수업을 다 잘 들으면 졸업하는 구조입니다. 여러분이 데이터 분석가 과정으로 석사학위를 받는다면, 이는 세상에 널리 쓰이는 데이터 분석 기법을 잘 이해하고 있고, 그게 왜 작동하는지 통계적인 면모를 얼추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이미 많은 연구자들이 만들어놓은 좋은 패키지들을 데려다가 내 상황에 맞게 잘 가공하여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는 의미죠. 여러분이 일하게 될 회사에서, 아마도 박사학위자들은 앞 문장에서 말한 "이미 많은 연구자들이 만들어놓은 좋은 패키지들"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들이 딱히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할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마주한 대부분의 문제는 scikit-learn 패키지 데려다가 적절히 조합하는 것으로 해결 가능합니다 :) 풀어야 할 100개의 문제 중에서 이미 있는 도구로 해결할 수 없는 단 하나의 문제를 위해 연구자들이 새로운 도구를 개발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취업용 석사와 조금 다른 연구석사의 경우에는 보통 1년치 수업 + 1년치 연구가 더해져 총 2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연구석사 후에 취업을 하게 되면, 사실상 석사학위의 의미는 취업용 석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연구 맛뵈기"로 연구석사를 진행했고, 박사학위도 도전해보고싶고, 앞으로 그냥 개발자가 아닌 "연구원" 자리에 관심이 있다면 "연구경험"이 하나의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자신이 석사를 하고싶은지, 박사를 하고싶은지 마음이 좀 정해지셨나요? 아직 아리송해도 괜찮습니다. 다양한 석/박사 프로그램을 둘러본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다음 글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학교, 학과를 고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곧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