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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S 유학 준비

미국 CS 유학 준비 5편: 나에게 딱 맞는 학교/학과(프로그램)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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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연구소장입니다.

지난번엔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의 차이점에 대해 살펴봤어요. 이번 글에서는 지원할 학교와 학과(프로그램)를 고르는 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번 글을 다 읽은 후에는 바로 지원할 학교를 쇼핑하러 가볼 수 있을 거예요.

잘 고쳐진 도서관. Photo credit: Radhika Mehta, CNN.

학과 고르기

졸업 후 개발자로 취직할 수 있는 학과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Computer Science(CS)가 있고, 머신러닝, 데이터 분석 등을 다루는 Data Science, Optimization Research, Industrial Engineering 등의 학과들도 있습니다. 학교마다 부르는 이름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대충 이런 단어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조금 더 멀리 가자면 Business Analytics, Management Science 등의 이름을 가진 학과에서도 데이터 분석을 가르칩니다만, 이러한 학과들에서는 개발 능력과 별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을 더 가르치곤 합니다 (비즈니스 관련 지식이겠죠).

Computer Science (CS)

CS는 보통 EE(Electrical Engineering) 학과와 붙어있습니다. 정확한 구분은 아니지만, EE는 컴퓨터 하드웨어를 공부하는데 더 가깝고, CS는 이미 있는 컴퓨터 위에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를 배우는데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CS에도 여러 가지 분야가 존재하는데, EE에 더 가까운 컴퓨터 아키텍쳐부터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디자인, 컴퓨팅 띠어리, 혹은 최근 핫해진 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을 다루기도 합니다. 따라서 "개발자 programmer/developer"라고 불릴 수 있는 직군을 모두 아우르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전 글에서 설명한 Software engineer 든지 Data scientist 든지, CS 전공이라면 다 지원해볼 수 있습니다.

개발자로 취직하고자 하는 분들께 제가 가장 추천하는 학과는 CS입니다. 그저 아무것도 붙지 않고 Computer Science라는 이름을 가진 학과가 가장 넓은 취업 시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글에서 올라오는 잡 포스팅을 살펴봅시다. 제가 아래 software engineer 채용 포스팅 스크린샷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Preferred qualifications"의 첫 문장이 보이십니까? Degree in "computer science or other technical related field"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당신의 학위가 Master of science in computational statistics 였다면, 당신은 그게 진짜 computer science에 관련되어 있는지 (other technical related field인지) 다시 한번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Master of science in computer science 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죠.

 

하지만, CS 학과의 유일한 단점은 석사든 박사든 모든 프로그램이 꽤 경쟁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려해볼 수 있는 다른 학과들을 더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Data Science, Optimization Research, Industrial Engineering

여러분이 정확히 Data Science에 더 관심 있으시다면, 꼭 CS가 아니더라도 Data Science, Optimization Research (OR), Industrial Engineering(IE) 등의 학과에 지원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학과를 졸업하고도 Software Engineer로 취직할 수 있지만, 가르치는 커리큘럼이 꼭 Software engineering에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니기에 스스로 좀 더 공부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Data Science로 마음을 정하셨다면, 때로는 이러한 학과들이 더 자신의 관심사를 잘 반영한 커리큘럼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CS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트랙이 부족한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은, CS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로 입학하고, 커리큘럼은 CS와 거의 동일하게 듣고 졸업할 수도 있습니다. 요새 대부분의 학교에 Data Science Institute를 별도로 설립하여 CS, OR, IE 등 관련 학과 패쿨티를 adjunct로 데려가는 유행이 번지고 있습니다. 새 학교, 새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것은 어쩌면 도박이 될 수도 있지만, 이미 있는 학과들의 동맹(?)으로 만들어진 학과라면 그래도 기반이 모래성일 확률이 조금은 줄어드니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Business Analytics, Management Science

여러분이 경영 관련 전공을 가지고 있다거나, Data Science를 배워 비즈니스에 접목해볼 생각이라면, 혹은 MBA 쪽에도 관심이 있었다면 Business Analytics, Management Science 등의 이름을 가진 학과에 도전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곳에서는 아주 특별한 분야(경영)의 Data Science 스킬을 배울 수 있고, 보통 컨설팅 펌으로 취직하는 것 같습니다(만 정확한 것은 학과 홈페이지에서 졸업생들이 뭐하는지 통계를 확인하세요).

제가 아는 굉장히 좋은 Management Science 학과는 스탠포드 MSE 입니다. 왜 아냐고요? 친구들이 말하길, CS 교수님들과 일하고 배울 수 있는데 Stanford CS보다 조금 더 쉽게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입니다... 

Statistics, Mathematics, Physics, ...

여러분이 박사를 할 거라면, Stats, Math, Physics 등의 학과를 졸업하고도 개발자로 취직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저와 함께 데이터 분석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 천체물리학자가 몇 명인지 아시면 눈물이 날 거예요. 하지만, 이미 개발자 취직을 목표로 하셨다면 굳이 돌아가는 길을 택하지는 않으셔도 되겠죠? 제 눈에는 수학과나 물리학과에서 배우는 것이 훨씬 어려워 보여서 하는 말이지만, 혹시 본인은 물리, 수학, 통계가 더 쉬우시다면 그쪽에서 박사를 하고 big tech 기업에 취직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통계학 박사를 따면 Google에서 무조건 인터뷰 연락이 온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학교 고르기

학과/프로그램을 결정하는 것은 거기서 어떤 내용을 배울 수 있는지가 가장 큰 요소겠죠. 그런데 학교를 고르는 데에는 공부 외적인 요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녀보니 중요하다 느꼈던 몇 가지를 정리하며 이번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학교를 고르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주변에 어떤 인더스트리가 있는가"입니다. CS 학과는 특히 수업이든 연구 프로젝트든 기업이 스폰서 하는 과제를 진행하며 운영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렇게 회사와 맺어진 인연이 인턴십의 기회로, 또 취업의 기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학교와 가까운 곳에 있는 회사라면 여름 동안 인턴십을 진행하기 용이할 것입니다. (이사 갈 필요가 없고, 지원 시 인터뷰도 쉽게 진행할 수 있죠!) 따라서, 학교와 가까운 곳에 어떤 회사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국에는 많이 알려진 이름이 아니지만, University of Washington(UW)의 경우 Microsoft, Amazon의 도시 시애틀에 위치해 큰 장점이 있습니다. 테크 기업들과 산학연구를 진행하여 CS 분야 연구 실적도 엄청나고, 이렇게 학교의 명성이 높아지니 요새는 더 많은 테크 기업들이 주변에 이사 왔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big tech 캠퍼스들이 모여있는 데다가 실리콘밸리가 위치해 있으니 두말할 것도 없고, 보스턴의 경우 IBM Watson을 비롯한 Bio-tech 컴퍼니들이 대기업 스타트업 할 것 없이 즐비하며 제약회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약회사들이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합니다.) MIT 바로 근처에 Google, Microsoft 사옥이 있으며, 거기서 다양한 이벤트(학회)를 주최하기도 합니다.  뉴욕의 경우 finance, 컨설팅펌 등이 있고, 역시 뉴욕이라서 웬만한 테크 기업들의 HQ가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학교가 위치한 도시가 살만한지, 내 마음에 드는지가 중요합니다. 단기간에 끝나는 석사가 아니라 5년 이상을 바라봐야 하는 박사과정이라면 더욱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2016년 대선 때 OOO 주가 빨갛게 변하는 것을 보고 저는 그 주에 위치한 학교에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학교에서 포닥을 했던 친구가 아이들과 함께 도시 외곽에 있는 박물관 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칭챙총 옐로 멍키"라는 말을 들었다는 일화가 생각나버렸거든요. (지난 주말에는 브루클린 길가에서 니하오란 말을 들었는데, 생각해보면 조지아만 싫어할 것도 아닌데 무튼 저는 그랬어요.. 아 물론 등에 대고 뻐큐를 날려주었습니다.) 저는 보스턴에 살다가 박사과정을 지원했는데, 그때에는 너무나도 보스턴에 계속 남고 싶었습니다. 그 이유는 거기에 그동안 사귄 제 친구들이 다 있고, 이제 슬슬 내가 좋아하는 카페와 식당들이 어디 있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위급한 상황에 전화 한 통으로 달려와줄 수 있는 친구나 친척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친하지 않더라도) 이미 아는 사람이 있는 곳도 저는 추천합니다. 그리고 그게 미국에 정착한 어른이면 더 좋고요. 또, 도시와 시골의 라이프스타일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그것도 잘 고려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그 학교, 그 학과의 여자 교수 비율을 확인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매년 새롭게 고용되는 교수 중 여자가 몇 명인지, 테뉴어를 받는 교수 중 여자는 얼마나 되는지, 공립학교라면 여자 교수와 남자 교수의 pay gap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여자 교수가 일하기 좋지 않은 환경이라면, 여자 학생이 공부하기 좋을 환경일 리가 없습니다. Dean(학과장), Provost 등이 여자인지도 보고, 여학생들을 위한 활동을 얼마나 하는지 (총여학생회가 있는지, 학과 여학생회가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물론,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여학생 비율도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교수는 대부분 faculty 리스트에 사진과 함께 공개되어 있으나, 학생은 공개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어때요, 이제 학교/학과 쇼핑을 하러 갈 준비가 되셨나요? 대체 어느 학교부터 검색해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은 이 리스트에서부터 시작해보셔도 좋습니다. 석/박사과정을 더 큰 무엇이 되기 위해 견뎌내야 하는 과정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기에 그 과정 자체로서 의미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