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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S 유학 준비

미국 CS 유학 준비 6편: 합격을 부르는 추천서 부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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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돌아왔죠. 그동안 바쁜 척해서 미안해요. 이제 지원할 학교/프로그램 리스트가 완성된 후 가장 먼저 진행해야 하는 "추천서 부탁하기"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사실, 추천서를 부탁하려면 뒤에서 더 자세히 설명할 CV(이력서), SOP(Statement of Purpose, 자기 연구 소개서 같은 것) 등의 초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CV와 SOP를 완성할 때까지 추천서 부탁을 미루면 시간이 너무 늦어지기에, 추천서 부탁부터 시작해 봅시다. (물론, 추천서 부탁을 먼저 해야 하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Photo by Flicker user wsifrancis


앗, 그런데 시작하기에 앞서, 추천서란... 뭘까요? 대학원 어플리케이션에 쓰는 추천서는 대략 "이 학생이 이 프로그램에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으니 당장 뽑아가시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내가 좋은 학생임과 더불어, 이 학교와 fit이 잘 맞는다고, 이 학생을 뽑으면 너네 프로그램은 실패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 이 말을 마음에 새기고 다음 팁들을 살펴봅시다.

추천서 부탁에 필요한 준비물

가장 먼저,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CV/SOP 초안이 요합니다. 내가 왜 유학을 가고자 하는지, 어떤 연구에 관심이 있는지, 그래서 이제까지 내가 무엇을 해왔는지 (이력에 드러나겠죠?), 유학을 가서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가고싶은 학교, 일하고 싶은 교수님에 연관되어 있겠죠?) 간단히 한 문단정도로 요약하여 준비해 보세요.
그리고, 이 사람이 나의 추천서를 써줘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추천인과 나의 관계부터 명시하고 (교수님은 날 기억하지 못할수도 있어요), 추천인과 나만이 공유한 어떤 경험에 대해 상기시켜 주어도 좋습니다 (교수님이 추천서에 쓸 수 있는 말을 슬쩍 알려주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이렇게 쓸 수 있겠습니다.

저는 2019년도 가을학기에 교수님 수업 AAA를 수강하여 A를 받았고, !@%#@^#%$에 관해 조사한 수업 과제를 발전시켜 교내 학회에서 발표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교수님과 함께 !@#$!@#$ 이론을 증명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교수님 수업에서 배운 apple, banana, orange 내용에 흥미가 생겨 그 이후에 더 심화된 내용을 다루는 BBB(2020 봄, 가나다 교수님), CCC(2020 가을, 라마바 교수님) 수업을 들었습니다.

대충 이래야 한다는 것이지, 꼭 이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쓸 말이 많다면 정말 열심히 산 거겠죠? 저도 저 정도로 쓰진 못했던 것 같아요. 이쯤 되면, 대체 누구에게 추천서를 부탁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추천서는 누구에게 부탁해야 하는가

박사과정에 지원할 때, 대부분의 학교에서 최소 3개의 추천서를 요구합니다. 학교에 따라 추가적인 추천서를 받아주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5개를 넘어가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습니다. 누군가에겐 이 말이 조금 슬프게 들릴 수 있겠지만, 박사과정 지원 시 추천서는 무조건 교수에게 받는 것이 좋습니다. 혹은, 현직 교수는 아니더라도 활발히 연구활동을 진행하는 박사학위 소지자, 연구활동이 활발하지는 않더라도 그래도 박사학위 소지자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 그렇게 시야가 좁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박사학위가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이어야 "내가 볼 땐 이 학생이 이 프로그램에 적합한 사람입니다"라고 추천하는 문서의 내용이 믿을만하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내가 연락해볼 수 있는 교수님이 3명 이상 있다는 전제 하에 "어떤 교수님"께 연락드려야 하는지 살펴봅시다.

Type A: 가장 먼저 연락해야 할 사람은 나의 연구 관심사를 가장 잘 아는 교수님입니다. 석사를 했다면 석사과정 지도교수가 여기에 해당하겠죠? 학부 연구생으로 일했던 연구실 교수님이라든지, 그때 함께 일했던 선배가 지금은 교수라든지(잭팟!), 혹은 내 관심사에 관련된 연구를 하는 교수님인데 마침 내가 교수님 수업을 들었다든지 (근데 또 성적도 잘 받았다든지)... 이 교수님이 무조건 추천서 명단의 1번에 해당하게 될 것입니다.

Type B: 그다음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사람은 유명한 교수님입니다. TV에 나와서 유명한 거 말고, 학계에서 유명한 교수님이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고, 상대적으로 경력이 길 것이고, 따라서 이제까지 꽤 많은 학생들을 보아왔을 것이고, 그렇다면 내가 수많은 학생들 중 어느 위치 정도에 해당하는지 보다 정확히 평가할 것입니다. 세월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통찰력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추천서에 풀 수 있는 Personal story는 적을지라도, 나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일 거라고 학교 측에서 받아들이기 쉬울 것입니다.

Type C: 세 번째로 고려해볼 수 있는 사람은 나에 대한 인상이 좋은 교수님입니다. 말하자면, 추천서를 잘 써줄 것 같은 교수님이죠. 교수님의 연구 분야가 내 연구 관심사와 직접적으로 겹치지는 않지만 특출 나게 뛰어난 학점을 받았다든가, 교수님 눈에 어떻게 잘 띄었다든가, 발전하는 성실한 모습을 보여드렸다든가 하는 경우가 여기 해당합니다. 나의 인간적인 면모, 성실함, 노력과 결실 등에 대해 잘 아는 분이라면 직접적으로 연구에 관련된 내용은 쓰기 어렵지만, 전반적인 생활 대토에 대해 좋은 의견을 써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해도 누굴 고를지 긴가민가 하다면, 다음 기준을 고려해 보세요. 미국 대학에 지원하는 경우라면 미국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님이면 좋습니다. 교수님의 박사학위 전공이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전공과 겹치면 좋고, 혹시라도 프로그램이 겹치면 그것도 좋습니다 (잭팟 2!). 기본적으로 "이 학생이 이 프로그램에 잘 맞을 거야"를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조건이죠. 추천받을 수 있는 교수님이 3명이 되지 않는다면, 다음 선택지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직업이 교수가 아니더라도 나와 정말 밀접하게 함께 오래 일해온 사람이나 공권력(!) authority를 가지고 있어 말에 힘이 실릴 수 있는 사람이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함께 오래 일한 경험이 있는 직장 상사라든지, 나의 성장을 지켜본 교장이나 총장 등의 인물이 Type C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메일 보내기, 미팅 잡기

추천서를 부탁할 리스트가 정해졌다면, 이메일을 준비해 봅니다. 이메일은 앞서 준비한 1) 내가 유학 가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2) 당신이 왜 내 추천서를 써주면 좋겠는지를 요약한 문단으로 시작합니다. 절대 이 서두가 길어서는 안 됩니다. 짧고 명확하게, 내가 어떤 유학을 준비 중이고, 나는 당신이 어떤 추천서를 써주었으면 좋겠는지 7 문장 안에 다 설명해하길 추천합니다. (5 문장이면 더 좋습니다.)

혹시나 첨부할 자료가 있다면, 이 이메일에 첨부해 주시면 좋습니다. 교수님 수업에서 제출했던 파이널 페이퍼라든가, 프로젝트 보고서 등을 첨부하면 교수님이 날 기억하기 더 쉽겠죠? 혹시나 아무것도 없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있으면 추가점수라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혹시나 교수님께서 원하신다면 미팅을 가져도 좋다고 씁니다. 그리고 이메일을 보내는 시간 기준으로 향후 일주일 이내 미팅 가능한 시간을 모조리 써서 보냅니다. 월요일 오후 1시~5시, 화요일 전부, 수요일 오전 9시~오후 3시... 이런 식으로 그냥 싹 다 써서 교수님께서 가능한 시간을 골라 답장 달라고 보내면 됩니다.

자 이제 답장이 왔습니다. 그냥 써준다고 한다면 땡큐, 미팅 한 번 하자고 하면 그것도 땡큐입니다. 미팅이 잡혔다면 그 시간은 어떻게 보내야 할지 짚어보고 넘어가 볼게요.

미팅 때 물어볼 내용

미팅이 잡혔다면, 이 교수님은 99% 내 추천서를 써 줄 의향이 있으신 교수님입니다. 교수님들은 대부분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바쁘다는 것을 유념하고, 주어진 20분의 시간을 최대한 유용하게 활용해 봅시다. 우리의 목표는 첫째로는 좋은 인상을 남겨 좋은 추천서를 받는 것이고, 둘째로는 유학에 도움 될만한 조언을 얻는 것입니다. 약속 시간에 늦지 말고, 최대한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물으시는 말씀에 잘 대답한 뒤, 시간이 남으면 이렇게 여쭤보세요. "교수님, 제가 이 유학을 가는 데 혹시 마지막으로 해주실 말씀 있을까요?" 유학파 교수님이시라면 그것도 좀 넣어서 질문해도 좋습니다. 교수님께 형식적으로 필요한 추천서만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후배 연구자가 되기 위해 진심 어린 조언을 받으러 왔다는 인상도 남길 수 있고, 때에 따라 진짜 좋은 조언도 얻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지만, 때로는 당사자에게 추천서를 써 오거나, 추천서 초안을 써 오라는 교수님들도 존재한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원래는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도 경험이 없어 조언을 드리기 힘드네요. 일단.. 우리, 힘냅시다.

마지막: 구글 스프레드시트 공유

미팅도 잘 끝났고, 혹은 미팅도 없이 추천서를 받을 수 있게 되었나요? 그렇다면 마지막 스텝은 구글 스프레드시트 공유입니다. 지원할 학교 목록을 만들고, 학교마다 다른 "추천서 제출 기한"을 기재하고, 추천서 제출 방법을 쓰고 (링크가 있다면 링크를, 교수님 이메일로 보내졌다면 교수님의 어떤 이메일 주소로 보내졌는지를 쓰세요), 그리고 마지막 column에 "제출 여부"를 만들어 교수님께 공유합니다. 물론 교수님마다 추천서를 부탁하는 학교가 달라질 수 있으니 시트는 개인별로 만들어야겠죠? 그리고 교수님께서 추천서를 제출해 주시면 그 마지막 "제출 여부" column에 YES 라고 업데이트해 주시면 됩니다.

보통 교수님들은 데드라인 전날이나 데드라인 날에 맞춰 제출해 주십니다. 우리는 이제 데드라인 7일 전, 그리고 이틀 전에 reminder email 만 보내드리면 됩니다. 아마도 그건 12월 즈음일 테고, 우리가 추천서를 부탁하는 것은 가을학기가 시작할 9월 즈음이니 남은 3개월 간 우린 다른 일들을 하며 기다리게 될 겁니다. 뭘 할 거냐고요? 이제 진짜 중요한 CV와 SOP를 쓰게 됩니다. 그건 다음 글로 찾아뵐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