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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S 유학 준비

미국 CS 유학 준비 2편: GRE 꿰뚫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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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엔 GRE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GRE는 대체 어떤 시험인가

GRE는 Graduate Record Examination의 약자이며, TOEFL 시험의 주관사인 ETS에서 운영합니다. (이놈들 학생들 코 묻은 돈을 얼마나 떼어가는지..!) 요즘엔 GRE 점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학교들이 생기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 미국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준비하는 시험입니다. GRE는 General Test와 Subject Test(여섯 가지 과목이 있음)로 나뉘는데, 학과에서 따로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보통은 GRE General Test(이하 GRE)를 의미합니다. GRE는 크게 라이팅, 버벌, 퀀트 세 파트로 이루어져 있고, 점수 또한 세 분야별로 따로 나옵니다. 라이팅은 30분씩 두 문제 (Analyze an Issue 한 문제, Analyze an Argument 한 문제), 버벌은 40분씩 두 섹션(20문제/섹션), 그리고 퀀트는 35분씩 두 섹션(20문제/섹션)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가장 싫어하시는, 최종 점수에 포함되지 않는 "더미"가 있습니다. ETS는 이를 Unidentified/Research라고 표현하는데, 새로운 문제를 개발하는 용도로 쓴다고 하네요. 시험이 시작되면 일단 라이팅부터 두 문제 풀고, 그다음 버벌과 퀀트가 무작위 순서로 나옵니다. 더미까지 포함하여 대부분 (V-버벌, Q-퀀트라 할 때) VQVQV 혹은 QVQVQ 순서로 나온다고 하는데,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VVQQQ도 나오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점수는 버벌/퀀트 각 130에서 170점 사이에 1점 단위로 평가되고, 라이팅은 0에서 6점 사이에 0.5점 단위로 평가됩니다. (이 이상한 기준이 어디서 왔는지는 저도 궁금하네요...)

그럼 각 섹션별로 GRE 공식 홈페이지에서 설명하는 내용과 더불어 제가 경험하고 들은 것들을 풀어보겠습니다.

Verbal Reasoning (줄여서 버벌)

Measures the ability to analyze and draw conclusions from discourse, reason from incomplete data, understand multiple levels of meaning, such as literal, figurative and author’s intent, summarize text, distinguish major from minor points, understand the meanings of words, sentences and entire texts, and understand relationships among words and among concepts. There is an emphasis on complex verbal reasoning skills. (From GRE official website.)

버벌은 읽기 테스트에 가장 가깝습니다. 공식 웹사이트 설명에서는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다양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고, 중요한 논지와 부수적인 논지를 구분하고 요약할 수 있는 능력을 본다고 합니다. 단어의 의미와 문장의 의미, 그리고 전체적인 글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사이의 관계를 이해할줄 아는지 본다고 하네요. 여기서 문제의 종류와 예시를 확인하실 수 있는데, 지문을 읽고 주제문/요약문을 고르거나, 질문에 답하거나, 빈 칸을 채우는 형식의 문제들이 등장합니다.

영어가 쉽지 않은 분들에게는 일단 버벌 파트를 위한 단어 외우기가 GRE 준비의 가장 큰 허들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나중에 가장 쓸모 있는 공부이기도 합니다. ambiguous와 ambivalent의 의미 차이를 이해하고, "아" 다르고 "어" 다른 단어의 쓰임새를 공부하는 것이 분명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때 더 많은 단어를, 더 정확히 공부해볼걸 하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합니다. 외울 때에는 투덜댔지만, 나중에 신문 사설이나 인문학적인 도서를 읽는 데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policy 관련 공부를 해야 했어서 그런지 수업에서 읽어야 하는 reading material에 GRE 단어들이 종종 보였거든요. 공학적인 논문은 솔직히 GRE에 등장하는 단어가 많이 쓰이지 않지만, 분명 어떠한 현상을 정확히 묘사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니 언젠가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버벌 점수는 단어를 토할때까지 외우면 높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 우리가 갈고닦아야 할 가장 큰 부분이기는 하죠. 문법이래 봐야 문장의 5 형식이니 뭐니... 이런 것 외에 더 있겠습니까? 문법을 몰라서 해석을 못하는 경우보다는 단어의 뜻을 몰라서 해석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거예요. 반대로 보자면, 문법 좀 몰라도 단어의 뜻을 정확히 다 알고 있으면 문장의 의미는 대부분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공대에서는 대부분 150~155 정도만 넘기면 안정권이라고들 합니다. 다만, interdisciplinary research 일수록 버벌 스킬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으니, 자신의 세부 분야에 따라 욕심을 더 부려도 될 것 같습니다.

Quantitative Reasoning (줄여서 퀀트)

Measures the ability to understand, interpret and analyze quantitative information, solve problems using mathematical models, and apply the basic concepts of arithmetic, algebra, geometry and data analysis. There is an emphasis on quantitative reasoning skills. (From GRE official website.)

퀀트는 영어로 보는 수학시험입니다. 제가 체감하기로는 한국에서 중고등학교 때 배우는 수학 정도로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제가 수학을 많이 잘하는 학생이었다는 점을 감안하여 생각해주세요.)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이공계열을 전공하신 분이라면 문제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한국말로 배운 수학을 영어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예: 최대공약수가 greatest common divider 구나.. 이런 것), 웹사이트에 공짜로 있는 예제만 좀 풀어봤습니다. 수학에서 손을 놓은 지 오래되었거나 체계적인 복습을 한 번 해보고 싶으신 분은, 칸 아카데미 온라인 강의를 무료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아, GRE 준비용 강의라서 당연히 영어입니다. (시험도 영어니까.. 영어로 공부해야죠!)

퀀트는 공대 기준으로 대략 160점 정도는 넘기는 듯 보입니다. 누가 계산했는지 몰라도 MIT 대학원 입학생 평균이 164점이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굳이 점수 몇 점 부족하다고 해서, 혹은 꼭 만점을 받아 내 실력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시험 또 볼 이유는 없습니다. GRE quant 만점이 수학 잘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니까요.

Analytical Writing (줄여서 라이팅)

Measures critical thinking and analytical writing skills, including the ability to articulate and support complex ideas with relevant reasons and examples, and examine claims and accompanying evidence. There is an emphasis on analytical writing skills.

라이팅은 말 그대로 글을 두 편 쓰는 시험입니다. 두 가지 종류(issue, argue)가 있고, 논리적으로 무언가를 주장하거나 분석하는 글쓰기를 진행합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짧은데 (글 하나당 30분), 형식이 얼추 정해져 있어서 잘 준비해서 가면 바로 써 내려가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두괄식으로 쓰는 것이며, 두괄식 글쓰기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기에 (정 반대로 쓰라고 가르치는 곳도 있기에) 라이팅 점수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경우도 봤습니다. 그래도 점수대를 보자면 0에서 6점 사이에 0.5점 간격으로 평가되는데, 공대 기준 최소 3.0~3.5 정도는 요구됩니다. 공대 유학생인데도 4.5, 5.0을 받는 사람들도 보기는 했고 (괴물들), 영어공부 편에서 설명한 제 점심 버디는 가볍게 당연히 6.0을 받았다고 합니다 ^^; (그게 받을 수 있는 점수인지 처음 알았음)

미국 학교의 도서관. 천장이 참 높네요. photo credit: https://undergrad.admissions.columbia.edu/photo/209-butler

 

시험 등록, 점수 리포트, 비용

시험을 준비함과 동시에 여러분은 시험에 미리 등록하셔야 합니다. 닥쳐서 하려고 하면 자리가 없을 위험이 있고, 또 D-day를 정해두면 왠지 공부 효율이 올라갑니다. 시험 등록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ETS Account를 생성하여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때 영문명을 여권 공식 이름과 일치하도록 하는 것 잊지 마세요. 한국 기준으로 GRE 시험 비용은 $205입니다.

GRE 점수는 개인이 성적표를 제출하지 않고 (그러나 빠른 확인을 위해 Unofficial report를 제출하라고 하는 곳도 있음), 시험 주관사가 직접 학교에 점수를 송부합니다. 그래서 학교마다 school code (혹은 가끔은 department마다 코드가 있는 경우도 있음)가 존재합니다. 시험 점수는 1) 시험 당일, 2) 시험 이후에 리포트할 수 있는데, 1)은 공짜, 2)는 학교당 $27입니다. 시험 당일, 시험을 마치면 라이팅을 제외한 버벌, 퀀트 분야의 unofficial score가 공개됩니다. 성적이 마음에 들었고, 라이팅도 대충 잘 본 것 같으면 미리 적어간 학교 코드를 이용해 최대 4개 학교까지 무료로 점수를 리포트할 수 있습니다. 점수를 리포트할 학교가 4개 이상이라면, 어차피 나머지는 최종 점수가 뜬 후에 리포트해도 되니까 서두를 것 없이 조금 기다리면 되겠습니다.

혹시나 가격이 변동되었을까 봐 각 서비스별 비용을 확인할 수 있는 링크를 함께 첨부합니다. 

학원에 꼭 다녀야 하나요?

시험을 두 번만 보고 끝낸다 해도 $410, 추가 리포트를 네 학교에만 한다 해도 $27*4=$108. 비용이 정말 만만찮습니다... 어디서 보니까 GRE 준비는 무조건 해*스가 짱이라고 하던데, 굳이 꼭 학원에 다녀야만 할까요? 수강료도 비싸고, 통학까지 생각하면 정말 못할 짓입니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도 다녔습니다 ^^; 그러니 안 다니고도 잘할 수 있다는 말은 제가 감히 드릴 수는 없겠네요. 다만, 꼭 다녀야먄 하는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은 조금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배경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단어 많이 외우는 게 장땡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해*스에 다녀야만 획득할 수 있는 거*어라는 유명한 단어장이 있는데, 그 단어장 자체가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다른 곳엔 없는 단어가 그 단어장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더불어, Quizlet이라는 어플을 활용하면 걷다가도 밥 먹다가도 자다가도(?) 단어를 외울 수 있습니다. 거*어 단어도 누군가가 정리해서 올려두었더군요. 아직 있으려나? 

다음으로, 저는 전 세계가 극찬하는 K-라이팅 템플릿의 수혜를 받지 못했습니다. 제 개인의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저 같은 성향(이 뭔지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은 아마도 템플릿을 외워 따라하기보다는 스스로 문장을 만들어냈다면 더 높은 점수를 받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원에서 제공하는 템플릿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학원에서 배운 것이 큰 효과를 주었겠습니다만 저같은 사람도 있더라고요. 또, 라이팅 6.0을 받은 친구의 글과 구글에 떠도는 6.0 예시 글을 보면 절대 해*스 탬플릿 형태로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아, 물론 글 쓰는 재주가 있는 사람들은 해*스에서 배우고도 탈-템플릿 글쓰기를 시전 하겠으나 저는 그런 만담꾼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처럼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에게는 공부하기 정말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단어의 쓰임새를 설명해주시는 선생님의 명쾌한 발음, 벌금 차곡차곡 쌓으며 진행한 스터디 (스터디 아니었으면 단어 못 외웠어요 진짜), 동료 스터디원들의 학구열 (결국 이들이 바로 올해 유학 원서 쓰는 애들입니다), 밥 먹고 영어만 하던 두 달의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높은 투자비용이 있었지만 후회하지는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최대한 학원에서 제공할 수 있는 장점과, 학원 밖에서도 얻을 수 있는 내용들을 보여드리고자 했는데, 이쯤에서 학원을 다닐지 말지 마음의 결정이 되셨나요? 혹시 아직도 잘 모르겠다면, 일단 강의 하나만 다녀보시라고 추천하겠습니다.

점수만 맞추면 필요 없는 공부인가요?

주변의 유학생들 사이에서, GRE가 정말 쓸모없는 공부였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그러나 저는 GRE 준비의 모든 것이 쓸모없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고등수학까지는 한국어로, 대학 수학부터는 영어로 배운 저는 GRE가 아니었다면 circumference가 둘레 길이라는 걸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또, GRE를 준비하며 배운 단어가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글을 읽거나 뉴스를 듣다가 익숙한데 뜻은 모르겠는 단어가 나와 찾아보면 GRE 준비하며 봤던 단어인 경우가 종종 있었고, 그렇게 다시 찾아보며 떠오른 단어는 이제 외워집니다. 이건 미드 보며 공부할 수 있는 단어가 절대 아니죠. 그래서 저는 GRE 준비도 점수만 따면 그만인 공부가 아니라, 영어로 더 정확하고 자세한 표현을 구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나를 위한 공부라 생각하고 준비하시면 좋겠습니다.

 

이제 영어 이야기는 할 만큼 다 한 것 같네요. 다음 시간에는 공대 유학의 본질, 학점과 연구실적에 대해 논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