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제 슬슬 인터뷰가 진행될 시즌이네요. 아마 빠르면 이미 합격 소식을 들은 사람도 있고, 인터뷰 후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오늘은 학교로부터 Acceptance Letter를 받고 나서 일어날 일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사과정 학생들은 대부분 (코로나땐 잠깐 불가능했지만) 합격 후 학교에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유학생이라고 하면 그에 상응하는 여행 경비를 지원해주기도 하고, Visit Day 이벤트 기간 동안 머물 호텔도 (아마 대부분..!) 제공해 줍니다. 공짜 여행이라고 들뜰 사람들은 제가 딱히 설득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혹시라도 여행이 귀찮고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봐 이 글을 씁니다. 이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비짓 데이는 꼭 가셔야 합니다!" 이거예요.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비짓 데이, 왜 가야 할까요? 대체 거기까지 가서 무엇을 보고 와야 하는 걸까요?
연구실 분위기
박사과정은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누군가에겐 커리어를 위한 투자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시간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여러분이 어떤 이유로 박사과정을 도전했든, 가장 중요한 사실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년 정도의 시간 동안 우리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박사과정은 현대 사회에 얼마 남지 않은 도제 제도를 따라 하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지도교수에게 너무나도 강력한 권력이 주어지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이 다 착하다고 믿고 싶지만, 실제로 지도교수가 (학생 입장에서 해석했을 때) 악의적으로 학생을 괴롭히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런 일이 혹시나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인지 알아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 그 교수님과 함께 일하고 있는 연구실 학생들과 직접 대화해 보는 것입니다. 이메일이나 화상회의로도 많은 정보가 오갈 수 있지만, 손짓 발짓 표정이 함께 전달해 주는, 그 어디에도 기록이 남지 않는 coffee chat이야말로 이런 off the records 내용을 물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러니 우린 비짓데이에 꼭 가서 나의 박사과정 생활이 (가끔 조금 불행하다 느끼더라도) 꽤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질 수 있겠는지, 연구실 학생들과 지도교수님을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눠보도록 합시다.
학교 캠퍼스
그다음으로 직접 맨 눈으로 체크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학교 캠퍼스입니다. 학교 캠퍼스, 학과 건물, 연구실 오피스, 그 안에 내가 앉게 될 자리는 박사과정 기간 동안 여러분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공간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공간이 가지는 힘을 간과하는데, 천장이 높은 공간에서 일한 사람이 더 창의적인 결과물을 낸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로 우리가 어디에 존재하는지는 우리의 생각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그러니 학교에 직접 방문해서 내가 생활할 공간을 꼼꼼히 살펴보세요. 학교에서 제공하는 기숙사는 있는지, 없다면 학생들은 어느 동네에 모여 사는지, 그곳에서 연구실은 걸어 다닐 만 한지, 식료품점은 얼마나 먼지, 자전거나 자동차가 꼭 필요한 환경은 아닌지, 밤에 걸어 다녀도 안전한지, 오후에 산책할만한 공간은 있는지, 이곳 학생들은 대부분 점심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내가 좋아할 만한 공간이 있는지 여기저기 둘러보며 길을 잃은 사람처럼 조금 헤메 보는 것도 추천입니다.
도시
학교 주변을 충분히 둘러봤다면, 이제 도시로 나가보세요. 어떤 학교는 도시 안에 있기도 하고, 어떤 학교는 학교 자체가 새로운 도시가 된 형태이기도 합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밖으로 이동하기 쉬운지 확인해 보고, 주변에 어떤 놀거리/즐길거리가 있나 둘러보세요. 이곳의 날씨는 어떤지, 산이나 바다 같은 자연이 가까이 있는지, 모두가 떠나고 홀로 남은 땡스기빙 연휴에 외로움 느끼지 않고 혼자 놀만한 게 있을지... 박사과정의 아주 평범한 어느 하루를 상상하면서 고민해 보세요. 공부를 목적으로 나온 유학이지만, 공부만이 박사과정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이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은지, 레스토랑도 가 보고 거리의 사람들도 구경해 보세요.
비짓데이에 초청받은 여러분, 정말 진심으로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직접 가서 경험해 보는 것은 말로만, 인터넷으로만 구경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상상력을 제공할 거예요. 신나는 맘으로 나와 가장 잘 맞는 학교를 고르러 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긴 비행이 지루하지만은 않을 거예요 :)
'미국 CS 유학 준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CS 유학 준비 15편: 학교를 결정하는 단 한 가지 기준 (1) | 2024.03.01 |
---|---|
미국 CS 유학 준비 13편: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 당장 해야 할 일 (2) | 2024.01.03 |
미국 CS 유학 준비 12편: 합격한 SOP가 가지는 공통점 (2) | 2024.01.01 |
미국 CS 유학 준비 11편: Personal Website에 꼭 들어가야 할 세 가지 (0) | 2023.12.29 |
미국 CS 유학 준비 10편: 5분만에 완성하는 초간단 Resume/CV 작성 툴 (6) | 2023.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