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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S 유학 준비

미국 CS 유학 준비 15편: 학교를 결정하는 단 한 가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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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제 슬슬 입시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겠네요. 어떤 분들은 합격한 학교가 너무 많아 어디를 골라야 할 지 고민일테고, 또 어떤 경우엔 시기가 잘 맞지 않아 합격 레터를 받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혹시나 합격하지 못했더라도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박사과정에 입시는 성적순으로 상위 몇 퍼센트만 합격하는 시험이 아니라 지도교수의 현재 관심사, 연구 분야의 분위기, 세계 경제의 흐름, 코로나 같은 질병(!) 등 우리가 노력한다고 해서 바꿀 수 없는 것들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내가 공부를 덜 열심히 했거나 노오력을 덜 했기 때문에 떨어지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일단 한 라운드의 입시를 치룬 스스로에게 박수 많이 쳐 주고, 다음 발걸음은 어디로 뗄 지 고민해 보아요.

오늘 글은 여러 학교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거나, 애초에 이 유학을 가야 할 지 말 지 고민중인 여러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우리가 처음 유학 준비를 시작할 때 우리가 원하던 것, 꿈꾸던 미래는 어떤 것이었나요? 초심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 대학원을 몇 군데 경험해 본 선배로써 현실적으로 중요한 요소들을 돌아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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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의 원칙: 인간적인 지도교수님

딱 하나만 보고 골라야 한다면 저는 무조건 지도교수님의 성품을 보고 고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박사는 연구를 하고, 연구하는 방법을 배우러 가는 것이기에 연구 주제, 연구 인프라 등이 중요하게 생각될 수 있습니다. 졸업 후 나를 좋은 직장에 넘겨줄 네트워크와 학교의 브랜드 가치도 무시할 수 없죠. 하지만, 행복한 박사 생활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봐야하는 것은 지도교수님과 나의 fit 입니다. 지도교수는 생각보다 나에 대한 권한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생각보다 대단히 억울하고 기막힌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물론 그런 일이 없길 바라고 믿어야겠지만, 박사과정 학생의 삶의 질은 (지도교수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 없이) 교수의 말 한 마디에도 쉽사리 흔들릴 수 있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더 면밀한 지도를 받고 싶은데 지도교수가 자신의 연구를 지도해주지 않는다며 슬퍼하고, 또 어떤 학생들은 알아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5분만 자리를 비워도 이 학생 어디 갔냐고 묻는 교수때문에 힘들어 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지도교수와 나의 일하는 스타일이 잘 맞는지 미리 이야기 나눠보는 걸 추천합니다.

박사과정 학생은 배우는 학생이기도 하지만, 연구 용역을 수행하는 노동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노동자일 때, 지도교수님은 나의 매니저와 같으니, 일반 직장과 다를바 없이 어떤 매니저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지 고민해 보세요. 연구를 위한 개별 미팅은 얼마나 자주 하는지 (무조건 주 1회 1시간씩 하는지, 1년차엔 격주로 하는지, 원하면 요청해서 만나는 식인지...), 교수는 학생에게 어떤 기대를 하는지 (논문을 1년에 2개씩 뽑아내주길 원하는지, 조금 기다려도 좋으니 일단 수업을 듣고 많이 읽은 뒤 참신한 연구 주제를 가져오길 바라는지...), 출퇴근이나 연휴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연휴때 조금 길게 휴가 내어 한국에 다녀와도 괜찮은지, remote work 해도 되는지, 9-5 연구실에 대기해야 하는지). 궁금한 게 있다면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이야기 나눠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때론 지도교수님에게 직접 묻기 힘든 질문도 있습니다. (예-제가 자리를 5분만 비워도 어디 갔냐고 찾으시나요?) 이런 것들은 이미 그 연구실에 속해있는 학생들에게 물어보는걸 추천합니다. (그러니까 비짓데이가 정말 필수죠!)

혹시, 조금 행복하지 않은 박사 생활이라도 나는 더 큰 걸 위해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행복하지 않은 박사 생활은 졸업하지 않은 박사로 끝나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선택의 기회가 있을 때 행복할 수 있는 옵션을 선택해 보는건 어떤가요?)


 

한 번쯤 살펴볼 법 한 나머지 기준

아래 설명하는 기준은 제 1의 원칙을 적용한 후에도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거나, 애초에 유학을 나갈지 말 지 다시한번 고민하는 분들에게 유용한 것들입니다. 한 번쯤 체크해 볼 수 있지만, 박사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멘탈관리이며, 멘탈관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나의 지도교수임을 잊지 마세요!

 

연구 주제

지도교수 다음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한 것은 내가 이 학교에서 어떤 연구를 할 기회가 주어지느냐 입니다. 박사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은 개인마다 조금씩 다 다르겠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는 우린 5년간 (혹은 더 오래) 하나의 주제를 깊이 파는 연구를 하면서 박사과정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는 거죠. SOP를 쓰고 지도교수님을 찾아볼 때만 해도 이 연구, 저 연구가 다 재밌어 보였는데, 막상 하나를 정하려고 보니 덜컥 겁이 나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몰라요. 분명 나는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연구실에 지원했으니 합격한 곳들도 크게 다른 연구를 하지는 않을 거예요. 이렇게 디테일한 차이가 있을 때에는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요?

너무 시시할수도 있지만, 저는 항상 그 연구실에서 출간된 최근 논문들을 읽어보고 가장 가슴뛰게하는 연구를 하라는 조언을 드립니다. 이런 연구를 내가 하면 이렇게 조금 다르게 해봤을텐데 하는 아이디어가 샘솓고, 이런 논문을 쓰고 학회에서 멋지게 발표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흐뭇하고, 이미 입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당신의 솔잎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송충이죠 헤헤). 같은 주제라 하더라도 어떤 연구실은 조금 더 이론에 집중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연구실은 어플리케이션에 더 무게를 둘 수 있습니다. 어느 결의 연구가 나와 딱 맞는지 모두 다 경험해보지 않고는 정확히 알 수 없는 법이지만, 미래의 나를 상상해보는 것으로 내 취향은 꽤 정확히 예측해 볼 수 있을 거예요.

이 때 흔히들 하는 실수는 "5년 후에도 이 주제가 유망할지" 고민하는 겁니다. 저는 5년 전에도 머신러닝은 이제 한물 갔다는 소리를 들었고, 10년 전에도 데이터사이언스는 실체가 없는 buzzwords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이 분야는인공지능, 모델링 등 다양한 이름으로 여전히 많은 이들의 관심사로 남아있습니다. 더 뒤로 돌아가보자면, 요즘 머신러닝의 기본이 되어버린 Deep Neural Network는 50여년 전 처음 세상에 소개되었을 때만 해도 딱히 각광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우리같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빠르게 깨닫고, 그저 본인의 열정이 이끄는 주제를 골라 끝까지 파보는 건 어떨까요? 박사과정을 통해 내게 남는 건 내 thesis가 아니라 그 thesis를 쓸 수 있는 능력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Financial stability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상이지만, 혹시를 대비하는 습관은 언제나 중요하지요. 가끔 지도교수님이 학교를 옮기거나, 지도교수의 펀딩이 고갈되거나, 혹은 어쩌다 보니 이 지도교수님이 내 생각과 달라서 이곳에서는 그만 연구하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거죠!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특히 우리같은 international students는 더욱 더 큰 타격을 받습니다. 미국인이라면 아 여기 쫑났네 이제 어디가서 뭐하지 하는 identity crisis만 겪으면 될테지만, 우린 학교에서 쫓겨나면 (혹은 내가 내발로 나가도) 당장 비자가 흔들리고, 며칠 안에 미국을 뜨라는 연락을 받고, 뭐 그런 불상사가 내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에겐 두 번, 세 번 더 두들겨봐야 할 돌다리가 바로 펀딩 문제입니다.

가장 먼저, 학생이 모종의 이유로 펀딩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학과 측의 safety net이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예전엔 이런 보호제도가 흔하지 않았지만, 요새는 새 지도교수를 찾아 떠난 철새를 위한 학과 장학금 지원 제도라든가, TA 하는 대신 한학기 펀딩을 학과에서 지원해주는 등의 정책이 잘 수립되어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나에게 합격장을 준 지도교수 말고도 비슷한 분야의 연구를 하는 교수님들이 얼마나 있는지, 말하자면 나랑 일할 제 2의 지도교수가 있는지 알아보세요. 이 이야기는 또 다른 주제지만, co-advising을 받을 수도 있고, 혹은 지도교수와 더이상 함께 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제 2의 지도교수에게 스리슬쩍 넘어갈 수도 있으니 날 뽑아준 교수님만 염두에 두지 말고, 더 넓은 곳으로 눈을 돌려 많은 교수님과 이야기 나눠보길 추천합니다.

 

CPT Policy

마지막으로, 학과/학교의 CPT policy를 확인해 보세요. 제가 이전 글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CPT는 Curricular Pratical Training의 약자로, 학업 중 공부의 일환으로 회사에서 일해볼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는 비자입니다. 특히 CS 박사과정 학생은 CPT로 여름 인턴쉽 기회를 얻고, 이를 통해 졸업 후 취업 기회를 굳히기도 하니 우리에겐 아주 중요합니다. 제 주변을 기준으로 보면 여름 인턴쉽은 이제 거의 필수가 되어가는 수준입니다.

미국 연방법에서는 full-time CPT를 12개월까지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하고 (사실 12개월을 넘겨도 되는데, 그럼 OPT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보통 대부분의 경우엔 넘기지 않는게 좋겠죠), 이걸 다 쓴다면 대충 세 번의 여름 인턴십을 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경우 part-time CPT를 받을 수도 있는데, 이는 주 20시간 이내로 일하는 조건으로 내주는 비자이며, part-time CPT에는 사용 제한이 없습니다 (12개월 이하로 쓰는 제한이 없음).

이렇게 기본적으로 국가가 제안한 범주 안에서, 학교마다 조금씩 다른 CPT policy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봄/가을학기 (regular semester)에는 CPT를 못쓰게 하고, ABD(All but dissertation) 상태가 되면 학기에 상관 없이 CPT를 쓸 수 있게 해준다든가 하는 납득 가능한 규칙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어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CPT 사용을 막는 이상한 룰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CPT를 두 학기만 쓸 수 있게 한다든가, part-time CPT 사용에 제한을 둔다든가, 고년차에게는 CPT 사용을 금지한다든가 (보통 졸업 전에 취업 연계를 위한 인턴십으로 가장 많이 씁니다) 하는 것들은 말도 안 되는 정책입니다. 그러니 혹시 당신의 학교가 이렇게 이상한 정책을 내세운다면, 당신에게 선택권이 있는 바로 지금, 학교는 나를 골랐지만 나는 아직 이 학교 저 학교를 고민하는 중일 때 미리 물어보고, 가능하다면 의견도 어필해 보는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