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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S 유학 준비

미국 CS 유학 준비 1편: 영어공부 "진짜로" 하는법 (feat. TOEFL, IEL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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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공교롭게도 이번 시리즈의 가장 첫 글은 제가 가장 잘 모르는 영어공부로 시작하게 되었네요. 아마 유학을 생각하든 하지 않든, 개발자라는 직업을 꿈꾼다면 평생 갈고닦아야 하는 스킬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떠올랐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영어가 그리 편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유학을 결심하고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영어공부였습니다.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았던 것 같아요. 미국 살이 n년차가 된 지금도 영어공부는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학원에서는 보통 TOEFL, IELTS 등의 공인 영어 성적을 요구합니다. (다음 글에서 설명할 GRE 점수와는 별개입니다. 일단은 GRE를 대학원용 수능점수 정도로 알아두세요. 말하자면 TOELF, IELTS는 외국인 학생만 필수고, GRE 점수는 미국인 학생도 제출합니다.) TOEFL은 ETS(미국 회사)가 주관하는 시험으로, 요즘은 iBT 형식(컴퓨터로 시험보는 방식)이 대부분이며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총 4개 분야 30점씩 120점 만점입니다. IELTS는 영국/호주 기반으로 운영되는 시험이지만 미국에서도 몇몇 학교는 IELTS 점수를 인정해주고, 혹은 굳이 IELTS 점수 인정해주기도 합니다. 유학을 원하신다면 Academic 형식으로 신청하셔야 하며, TOEFL과 비슷하게 네 가지 영역을 모두 테스트합니다. 두 시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스피킹 파트입니다. TOEFL은 컴퓨터 모니터에 대고 허공에 혼잣말을 해야하는 반면에 IELTS에서는 진짜 사람(면접관)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TOEFL이 0점에서 120점 사이에서 1점 단위로 평가되는 점수 체계를 가진 반면에, IELTS는 각 영역의 결과를 1점부터 9점까지 0.5점 단위로 평가합니다. 우리가 영어점수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마지막 이유는 바로 응시료가 비싸기 때문입니다. 두 시험 모두 한 번 치는데 대략 30만 원 정도의 거금이 들어갑니다.

그럼 바로 예비유학생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부터 살펴봅시다.

영어 점수가 얼마나 중요한가요?

저는 언제나 이유를 묻는 것이 습관입니다. 왜?라고 20번 물으라는 디자인 교육을 받아서인지, 아니면 어려서부터 말꼬리 잡고 노는 것에 맛들려서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경우에 제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학교는 영어 점수를 왜 내라고 할까요? 당신이 얼마나 역량 있고 노력하는 학생인지 온 세상이 인정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영어로 모든 수업이 진행되는 학교에서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없는 학생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이는 학교와 학생 모두를 위한 결정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언어의 장벽은 단시간에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여러분이 지원하게 될 대학원은 영어를 배우기 위한 학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영어 점수는 딱 이만큼만 중요합니다. 학교는 당신이 영어로 된 강의를 소화할 수 있는지, 영어로 된 책과 논문을 읽고, 영어로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영어로 회의에 참석하고, 영어로 논문을 쓸 수 있는지 궁금한 것입니다. 따라서 당신이 120점 만점인 TOEFL을 120점 맞았다고 한들, 그것이 굳이 당신의 원서를 빛나게 할 장점은 아닙니다.

몇점 받아야 안심할 수 있나요?

그렇다고 해서 점수가 낮아도 완전 상관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international students 들에게 적용하는 점수 커트라인이 있습니다. 커트라인은 학교마다 또 학과마다 다 다르지만, 공대 기준에서 대략 TOEFL 90~105점, IELTS는 대략 6.5~7.5 정도를 요구합니다. 가끔가다 Speaking 점수는 특별히 몇 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곳들도 있습니다 (TOEFL speaking 30점 만점에 26점 이상을 요구한 학과를 본 적이 있습니다). 커트라인을 명시했다는 것은 그 정도가 그 학교가 생각하는 "영어로 의사소통 가능함"의 minimum boundary라는 뜻이니, 학교에서 제시하는 커트라인까지는 노력해서 점수를 맞춰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러나 미국이란 나라는 언제나 이유 있는 예외를 허용하기에, 커트라인 아래여도 뽑한 경우가 있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부분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그럼, minimum boundary 랬으니까,, 거기서 요만큼 더 받으면 안심일까요? 몇 점 맞으면 영어시험 그만 봐도 될까요? 물론 점수가 높은 것이 낮은 것보다 좋겠지만, 당신의 진짜 연구역량을 보여주는 지표에 비하면 영어 성적은 사소하기 그지없습니다. 그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네"라는 정보만 전달할 뿐입니다. 당신이 유학을 결심했다면, 지금부터는 어디에 얼마나 더 공들일지 결정하는 resource allocation 싸움(누구랑?)입니다. 모든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데 시간이 남았다면 영어점수 1점을 위해 30만 원을 태우는 것을 말리지 않겠지만, 제가 다시 입시를 한다면 그러지 않겠습니다.

IELTS점수를 TOEFL 점수로 환산하면 대략 이렇다고 합니다. 출처는 그림 안에 있지만 궁금한 분들을 위해 여기로: https://crushthegretest.com/ielts-vs-toefl/

면제해주는 학교도 있다는데

당신이 혹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영어권 국가에서 나오는 행운을 가졌다면, 아마 영어시험 점수가 면제될 수도 있습니다. 돈을 아꼈네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학교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에게 진짜 영어 할 줄 아느냐 묻고싶은 것이지, "여권이 미국인이 아닌 학생들"을 차별하려고 영어점수를 체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international student 지만, 영어시험 성적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영어로 의사소통 가능함"을 증명할 수 있다면 그걸 허락해주는 편입니다. 학교마다 인정해주는 범위와 방법이 다르므로 잘 알아보셔야 하는데, 대부분 영어를 primary language로 사용하는 학교를 다녔다면 인정해줍니다. 저는 한국에서 다녔던 학부와 석사과정이 모두 영어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였고, 석사학위논문도 영어로 썼습니다. 그래서 학적팀에서 "이 학생은 요러저러한 과목 빼고 다 영어로 들었음" 문서를 발급받아 석사 지도교수님의 레터와 동봉하여 제출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인정해주지 않는 학교도 있기 때문에 이미 IELTS와 TOEFL 점수가 있던 상태라 그것도 추가해서 제출했습니다. "나 영어 할 줄 안다니까"를 보여주기 위한 제 발악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 학교에 가게 됩니다. 이렇게 면제받을 방법이 있다면 꼭 면제받는 것을 추천드리지만, 지원하는 학교 중 하나의 학교라도 점수를 요구하면 그 시험 성적은 만들기는 해야 하기 때문에, 잘 나온 성적표가 있으면 동봉해주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나중에 더 자세히 설명드리겠지만, 첫 입시에서 저는 석사과정을 다시 밟는 길을 택했기에 나중에 두 번째 입시를 치르게 됩니다. 그때는 이미 미국 학교에서 곧 석사학위를 받을 상태였고, 이 경우에 CMU 빼고 대부분의 학교에서 영어시험 점수를 면제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을거라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편하더라구요. 물론 석사학위 과정 동안 제 영어실력은 몰라보게 늘었는데, 모든 학생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니 정말 영어시험 성적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숫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력은 뛰어나 보이는데 영어 시험 점수 때문에 좀 헷갈리는 학생이 있다면, 학교는 보통 인터뷰 진행 시 학생의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하게 됩니다. 그러니 실력은 되는데 점수가 안 나와서 고민인 분들은 커트라인만 넘겼다면 과감히 다른 더 중요한 부분에 힘쓰러 가셔도 되겠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그렇죠, 그런데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많은 시험장들이 문을 닫았고 학생들은 TOEFL, IELTS, GRE와 같은 시험성적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시위를 했습니다. (네, 여기는 시위를 자주 합니다.) 그래서 요즘 어떤 학교는 공인 영어성적 대신 듀오링고 점수를 제출하게도 하고, 온라인 테스트를 허용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 중입니다. 부담스러운 시험비용 때문에 경제적으로 풍요로울수록 GRE, SAT 점수가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돈이 많으면 그저 여러 번 볼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코로나로 인한 변화가 입시의 optimal search(열정적인 지원자 뽑기)에 불필요한 제약을 없애주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변화가 지속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에 따로 섹션을 나누어 적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변화가 지속되지 않는 이상, 이 단락 이외의 정보는 non-covid era 에도 동일할 것입니다.

근데 진짜, 영어공부 어떻게 해요?

유학생으로 미국에서 살아보니 영어공부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아카데믹용 academic, 다른 하나는 일상생활용 everyday life 입니다. 아카데믹 영어는 진짜로 논문을 읽고 이해하고 쓰는, 그리고 동료 연구자와 토론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공대 한정으로) 이 스킬은 한국 학교에 다니면서도 비교적 습득하기 쉽습니다. 공대생으로써 당신이 읽게 될 논문은 대부분 간결한 문장으로 서술되어 있으니 분야별로 쓰이는 전문 용어만 알고 있으면 딱히 겁먹을 것이 없습니다. 그 말은 곧 당신이 쓰게 될 글도 유려한 수사 어구가 등장하는 멋들어진 글이 아니라, "A는 B이다"의 여러 버전 정도로 끝난다는 뜻입니다. TOEFL이나 GRE를 준비하면서 현상을 더 정확히 표현하는 (평소에 잘 안 쓰는) 단어들을 외웠더니 이런 스킬이 향상된 것을 저는 좀 느꼈습니다. 동료 연구자들과 토론하는 것도 대부분 교과서에 나올법한 표현을 쓰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여러분이 하던 대로 열심히 "공부" 하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두 번째 부분인 "일상생활용 영어"는 많은 경우게 간과됩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도 아카데믹용 영어 스킬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대학원에 진학하시면 수업을 듣는데, 숙제를 한다면 동기들과 함께 스터디를 하고, 프로젝트 수업이라면 대부분 조별로 진행합니다. 이때 온라인 채팅으로 이루어지는 대화의 경우 난생처음 보는 채팅용어에 겁먹게 되고 (예: ty=thank you. 이걸 왜 줄이냐), 만나서 이야기하다가도 그들이 쓰는 슬랭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예: ditto=메타몽, 그래서 나도 같은 의견이라는 뜻. 아니 그럼 말을 해주지 나한테는 메타몽인데). 그럴수록 당신은 위축되고, 미국 문화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미국 유학의 최대 장점인 네트워크 형성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또, 아카데믹한 상황에서도 인간관계는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small talk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인간적인 부분에서 연결되지 못하는 것이 나중에는 결국 일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연구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이지요.) 따라서 일상생활용 영어도 아카데믹용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일상생활용 영어 스킬 향상을 위해 노력했던 방법 몇 가지를 공유하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여기서 점심을 까먹곤 했는데... 훌쩍, 출처: https://www.theolinstudio.com/mit-ray-and-maria-stata-center

  • 미국 영화, 드라마 보기: 유행어는 시간이 지나면 변하기 때문에 옛날 것보다는 최근 것을 추천합니다. 언어는 문화를 동반하기 때문에 미국 문화를 모르고서 일상생활의 영어 표현을 다 알기는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드라마로 미국의 생일파티, 술집 탐방, 홈파티 등의 문화를 간접경험했습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어떤 드라마에서 한 학생이 아이메시지로 문자를 주고받더니 "bubble이 초록색으로 변했다"라고 뭐라고 합니다. 아이폰끼리는 아이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대화 풍선(bubble)이 파란색인데,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하거나 폰을 바꾸거나 하면 초록색(일반적인 색깔)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아이폰을 쓰지 않는 게 힙하지 않다는 문화가 깔려있어서 그런 대화가 나온 것이죠. 제가 이걸 5년 전에 봤다면, 이해하는데 좀 걸렸을 것 같습니다.
  • 자막 바꿔 보기: 영어로 된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저는 1) 한국어 자막으로 한 번, 2) 영어+한국어 자막으로 한 번, 그리고 3) 영어 자막으로 한 번 봤습니다. 파이팅이 넘칠 때에는 마지막에 자막 없이도 한 번 봤죠. 이렇게 보면서 듣기 실력은 많이 늘었던 것 같습니다. 영어 자막을 확인하면서 모르는 단어나 표현은 무조건 찾아봤고, 이렇게 하시면 마지막에는 대사를 거의 외우게 됩니다. (놀랍게도 지금은 다 까먹었습니다. 이렇게 한 것도 거의 10년 전 일이네요.) 지금은 이렇게 보지 않지만, 영어가 들리기 전에는(!?) 이 방법이 가장 재미있게 듣기 실력을 늘리는 방법이었습니다.
  • urban dictionary 찾아보기: 문장 속에 모르는 단어가 있는데, 찾아봐도 뭔지 나오지 않으면 대개 영어권 국가에서 쓰이는 은어입니다. 혹은 아는 단어라 하더라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면 그 단어에 다른 의미가 있는 거죠. 그럴 땐 구글에 [모르는 단어] + urban dictionary라고 검색하면 urban dictionary 결과가 맨 위에 뜹니다. urban dictionary는 영어로 된 유행어/슬랭 뜻을 가르쳐주는 영어사전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 미국인 친구들과 조모임 하기: 이건 유학을 오고 나서 실천 가능한 것인데요, 저는 애초에 학과를 통틀어 한국인이 저밖에 없어서 자연스레 이렇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미국인이라고 적었는데, 당신이 조모임 하는 동안 영어로만 말하게 하는 사람 (=한국말 못 하는 사람), 당신보다 미국 문화를 더 잘 아는 사람(=당신보다 먼저 미국에 온 사람) 등이 제가 말하는 "미국인"에 해당합니다. 밤새 함께 숙제하며 동지애를 쌓고 친해지고, 그렇게 파티에도 초대받고 미국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길을 열어줍니다.
  • 미국인 점심 친구 사귀기: 이것도 유학 온 뒤 실천 가능한 것인데요, 미국 대학의 점심시간은 개인플레이가 원칙입니다. 누군가는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고, 누군가는 학교 식당에서 뭔가 사 오기도 하고, 푸드트럭에 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혼자 가볍게 해결하는 것이 기본적이지만, 이들도 가끔씩은 친구와 함께 먹는 점심 약속을 잡습니다. 저는 매주 목요일 오전 수업 후 친구와 함께 카페에서 커다란 샌드위치 하나를 나눠먹는 정기적인 점심 약속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이 친구와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는데,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근황을 전하고, 과학적인 글쓰기를 벗어나 나의 생각과 감정을 설명하고 또 듣는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당신의 어휘가 늘어납니다. (심지어 이 친구는 취미로 시를 쓰고 낭독하는 문학소녀였습니다. 영어공부하려고 그런 친구를 고른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런 친구와 친해졌네요.)

지금은 이 정도가 생각나는데, 또 다른 것들이 생각나면 간간히 업데이트할게요. 다음 글에서는 비슷한 듯 다른 GRE 점수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곧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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